조금 더 성숙해진 ‘카와이 메탈’을 지향하다
그러나 베비메탈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노래들은 따로 있다. 베비메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가령 ‘Megitsune(メギツネ)’나 ‘Ijime, Dame, Zettai(イジメ、ダメ、ゼッタイ)’, ‘Gimme Chocolate!!(ギミチョコ!!)’ 같은 곡들이다.

베비메탈은 메탈릭한 멜로디 위에서 소녀들을 위한 가사를 부른다. 여기에서 그들의 정체성이 확고해진다. ‘Iine!(いいね!)’에서는 “여자아이는 꿈도 틀림없이 카오스라고”, ‘Megitsune(メギツネ)’에서는 “먼 옛날의 여자들이여 찰나의 꿈에 춤추자 몇 천의 시간을 넘어서/지금을 살아가자”라고, ‘Ijime, Dame, Zettai(イジメ、ダメ、ゼッタイ)’에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포기하려 했던 어제까지의 자신에게 안녕”이라고, ‘Karate’에서는 “싸우는 거야/주먹을 좀 더 마음을 좀 더 연마하는 거야/슬퍼져도 일어나지 못하게 되어도”라고, 마음 한구석에 강인함을 숨기고 있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한다. 어쩐지 무대 위 그녀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구절들이다.

물론 이런 경향성을 두고 일각에서는 ‘카와이 메탈(Kawaii metal)’이라 부르기도 하고,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앨범의 인터뷰를 보면 베비메탈 본인들은 이미 이런 논란(?)에 초연해진 듯하다. “우리는 지금도 ‘카와이 메탈’의 대표로서 한걸음 앞서 나가고 싶고, 이번 앨범 ‘METAL FORTH’에서도 좀 더 진화된, 성숙한 ‘카와이 메탈’이 느껴질 거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 부분을 의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카와이 메탈’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모아메탈의 말이다. 이러한 특징들이 한데 모여 베비메탈이라는 전무후무한 아티스트의 형태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장르가 된 베비메탈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미래
이처럼 베비메탈은 2010년에 결성된 이후 15년간 독특한 행보를 보여왔다. 결성 첫 해부터 역대 최연소 그룹으로 ‘섬머소닉’ 페스티벌에 서는가 하면, 2013년에는 일본 내 헤비메탈 음악 페스티벌인 ‘라우드 파크’에서 공연한 최연소 아티스트가 되었다. 2014년에는 역대 최연소로 부도칸에서 공연한 아티스트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같은 해 3월부터는 처음으로 해외 투어를 돌기 시작했다. 레이디 가가의 2014년 ‘아트레이브: 더 아트팝 볼(artRAVE: the ARTPOP Ball)’ 여름 투어에서 오프닝 공연을 담당하기까지 했다. 2016년 4월에는 일본 아티스트 최초로 영국의 웸블리 아레나에서 단독 공연을 펼치며 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도쿄 돔에 모인 11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투어를 마무리지었다. 2019년에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선 최초의 일본 뮤지션이 되었으며, 2020년에는 NHK의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戦)’에 첫 출연하여 X-재팬의 요시키와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하지만 베비메탈의 행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번 ‘METAL FORTH’는 오랜만의 신보인 만큼 빌보드 재팬 차트 CD 앨범 판매 위클리 차트에서 3위를 차지했고, 다운로드 앨범 차트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단순히 앨범 판매량 등의 수치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베비메탈의 히트로 일본의 음악 업계에는 ‘카와이 메탈’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가 생겨났다. 2010년대 초중반 일본의 지하 아이돌 씬에는 베비메탈에게 영향을 받은 게 틀림없는, 일명 ‘메탈계 아이돌’도 속속들이 등장했다. 하나의 새로운 사회현상을 베비메탈이 만들어낸 것이다. 아이돌과 메탈과의 융합을 꿈꿨지만 어느새 그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유일무이한 그룹으로 우뚝 선 베비메탈은 과연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 어떤 무대를 보여줄까?

‘선데이쟈퐁’에서는 베비메탈 멤버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메탈 씬을 보면 올해 존 사이크스나 오지 오스본 같은 레전드들이 돌아가셨는데, 그다음 세대로서, 메탈을 짊어질 입장으로서 지금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나요?” 수메탈은 이렇게 답한다. “그렇네요. 저희가 메탈을 시작했을 때, 메탈을 가르쳐준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요? 뭐랄까,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을 들을 때 오히려 레전드라고 불리는 분들이 ‘아니야, 너희는 메탈이야, 자신들의 메탈을 믿고 나아가도 돼.’라고 긍정해주셨거든요. 역시 그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걸 엄청 느끼고 있어요. 그분들의 마음을 이어받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최근 페스티벌에서 우리 입지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게 엄청 느껴져요. (…) 우리도 이제 15년을 해왔는데, ‘제대로 해왔던 것들이 결실을 맺고 있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면서 몸이 긴장하고 있어요.”

다가오는 9월, 우리는 그 결실을 부산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베비메탈이 헤드라이너로서 보여줄 무대가 기다려진다.